화병(火病) 앓는 한국의 청년들… 왜?
화병(火病) 앓는 한국의 청년들… 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8.14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화병: 스트레스가 많거나 화를 제대로 풀지 못할 때 답답함과 무기력, 가슴 두근거림, 온몸이 쑤시는 증상 등이 나타나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질병.’

‘화병’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우리나라 발음대로 ‘Hwa-byung'이라고 표기할 정도로 한국인만의 독특한 질병이다. 최근 화병 환자가 10대와 20대에서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최근 5년간 화병환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5년 전보다 10대 화병 환자는 105%, 20대 화병 환자는 93.4% 증가했다. 10세 이하와 30대 화병환자는 각각 31.6%, 20.2%로 소폭 늘었고, 40대 이상 화병환자는 오히려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유독 10대와 20대에서 화병환자가 급증한 것은 이상할 정도다.

화병은 우울증으로 발전해 자살률을 증가시키고, 화병환자는 간헐적으로 욕설이나 폭력, 심한 짜증 등을 보여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10대와 20대 자살률은 세계 1위이고, 병사나 자연사가 아닌 청소년 외인사의 절반(46.4%)이 자살로 인한 사망으로 집계됐다. 욱해서, 홧김에 저지르는 이른바 ‘분노 조절 장애 범죄’도 해마다 늘고 있다.

화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다. 김광수 의원은 “입시·군대·취업 등 생활 속의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10대와 20대 화병환자의 증가는 현시대 우리 청년들의 고된 삶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의 원인은 무엇일까. 성공회대학 초빙교수이자 교육센터 ‘마음의 씨앗’ 부센터장 김찬호는 그의 책 『생애의 발견: 한국인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서 나이대별 스트레스의 원인을 분석했다.

10대 스트레스의 첫 번째 원인은 ‘관계의 단절’에서 비롯된 자존감 하락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존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형성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청소년기에 오직 공부만 하니 자존감을 충분히 키우지 못한다. 저자는 “언제부터인가 죽고 싶다고 상담소를 찾는 학생들이 늘었다”라며 “자존감이 낮으니 본격적인 진로 탐색에 들어서면서 자신이 무척 보잘것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은) 공부 이외의 경험이 희박하고 타인으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었다거나 자신이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해 본 적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원인은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되는 자신감 상실이다. 저자는 “한국 학생들은 모든 과목에 걸쳐 워낙 치열하게 점수 경쟁을 하다 보니 웬만큼 뛰어나지 않고서는 공부를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없다”라며 “외국의 경우 그 정도 점수라면 잘하는 편으로 여겨지고 본인도 긍지를 가질 텐데 한국 학생들은 조금만 점수가 안 나와도 열등감에 사로잡히기 일쑤다”라고 설명했다. 자신감 상실은 이들이 이른바 ‘평가불안’에 시달리게 하고, 실패에 대한 유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20대 스트레스 원인은 ‘유례없는 취업난’이다. 저자는 “취업난 속에서 대학생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긴다. 졸업 후 곧바로 취직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가기에 잠시도 방심하지 못한다”라며 “당장 눈앞의 취직에 전력투구하느라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대해 긴 안목으로 구상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변화를 주도하고 미래를 개척하기는커녕, ‘청년 백수’, ‘신용 불량자’ 등의 이름으로 오히려 사회의 짐이 돼버렸다”라며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잉여 인간’, 어디에서도 존재감을 가질 수 없는 ‘노바디’로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몹시 비참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